- 1편이 남긴 질문, 곧 어디까지가 광고이고 어디서부터 유인·알선인지, 구독자가 적어도 의료광고인지에 법원이 어떻게 답했는지 따라갑니다.
- 2012년 대법원이 기준을 세웠고, '강남언니'는 그 경계에서 환자 알선으로 유죄를 받았습니다. 구독자 21명 유튜브도, 작은 SNS 계정도 의료광고였습니다.
- 2026년 국정감사에서는 8개월 사이 환자 두 명이 숨진 치과가 다뤄졌습니다. 유가족은 안전 정보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1편이 남긴 질문
1편은 의료광고가 "병원 이름과 전화번호만" 허용되던 시절에서 출발해 2018년 민간 자율심의 체계까지를 정리했고, 마지막에 이렇게 물었습니다. 어디까지가 광고이고 어디서부터 유인·알선인지, 구독자 수가 적어도 의료광고로 보는지.
광고의 문이 열린 뒤 그 문 앞에서 벌어진 일은 법원 판결과 국정감사 질의에 남아 있습니다. 시간 순서대로 따라갑니다.
광고인가, 유인인가 — 기준을 세운 판례
의료광고와 환자 유인·알선은 둘 다 "돈을 받고 환자를 모으는 일"처럼 보이지만 법 조문이 다르고, 처벌 수위도 다릅니다.
같은 행위가 광고로 분류되느냐, 유인·알선으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립니다.
이 둘을 가르는 기준을 세운 게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도1763 판결입니다. 안과 수술 의사가 인터넷사이트 운영회사를 통해 회원 약 30만 명에게 안과 수술 이벤트 광고를 이메일로 보낸 사건으로, 뒤에 나오는 강남언니와는 무관한 별개 사건입니다. 당시 의료법(2009년 1월 30일 개정 전) 제27조 제3항의 환자 유인·알선·사주가 문제 됐습니다.
원심은 유죄였지만 대법원은 법리를 오해했다며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판결요지는 이렇습니다. 의료광고 행위는 그것이 법이 명문으로 금지한 개별 행위유형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거나 의료시장 질서를 현저하게 해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인'에 해당하지 않고, 그런 광고를 의료인의 직원이나 의료인이 부탁한 제3자를 통해 했더라도 '소개·알선'이나 '사주'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의 참조판례에는 1편에서 본 2005년 헌법재판소 2003헌가3 결정이 올라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벤트 메일은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파기환송이었을 뿐 무죄를 확정한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가 광고이고 어디서부터가 특별한 사정인지를 사건마다 따진다는 것이 기준의 핵심입니다. 이 구분은 뒤이어 나오는 플랫폼 사건에서도 같은 쟁점으로 다뤄집니다.
플랫폼이 그 경계에 걸리다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는 이 경계가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 대표 사례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운영사 힐링페이퍼의 홍승일 대표는 2015년 9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앱에서 병원 시술쿠폰을 판매하고, 이용자가 쿠폰으로 시술을 받으면 병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71개 병원에 환자 약 9,215명을 소개하고 약 1억 7천여만 원의 수수료를 챙겼다는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이 금지한 환자 소개·알선 혐의였습니다. 법원은 이를 단순한 광고가 아니라 환자 소개·알선으로 보고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앱이라는 형식을 갖췄어도 대가를 받고 환자를 병원에 연결했다면 광고가 아니라 알선으로 본 것입니다. 처벌은 플랫폼 쪽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수수료를 낸 병원 쪽도 영리 목적의 환자 소개·알선·유인 행위를 사주한 것으로 처벌받았습니다.
같은 판결문의 범죄사실에는 플랫폼 운영자가 병원들과 진료비의 8~20%를 수수료로 받기로 약정하면서, 앱에는 단순 광고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꾸몄다는 내용도 나옵니다. 광고를 대행사나 플랫폼에 맡기는 병원도 "누구에게, 무엇의 대가로 돈을 내는지"를 따져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계정이 작아도, 구독자가 적어도
"내 계정은 작으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통하지 않는다는 판결도 이어졌습니다. 먼저 행정소송입니다.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 의사는 2023년 6월 27일부터 7월 12일까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 "돈 때문에 모발이식 못한 탈모인 찾습니다, 1,000모 심어드려요" 같은 영상을 심의 없이 올렸다가, 2024년 5월 강남구 보건소장에게 경고처분을 받았습니다. 의사는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4구합74779, 2025. 5. 29. 선고).
의사는 시행령이 말하는 "일일 평균 이용자 수 10만 명"을 개별 계정 기준으로 볼지 매체 전체 기준으로 볼지 문언만으로는 알 수 없어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시행령 문언만으로도 개별 계정이나 채널이 아니라 인터넷 매체 자체, SNS의 경우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 전체의 일일 평균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심의 대상 여부를 판단한다는 뜻으로 명확하게 해석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개별 계정이 작아도 그 계정이 올라 있는 플랫폼이 기준을 넘으면 심의 대상이라는 논리입니다. 다만 이 판결에 원고가 항소했다는 보도가 있어, 항소심 결과는 이 글을 쓰는 시점에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1편에서 본 2018년 이후의 자율심의 체계에서 사전심의는 하루 평균 이용자가 10만 명 이상인 인터넷 매체 등에 적용되는데, 그 이용자 수를 개별 계정에서 세느냐 플랫폼 전체에서 세느냐가 이 판결의 쟁점이었던 셈입니다.
형사 쪽은 더 분명합니다. 1편 마지막에 소개한 박행남 변호사는 비의료인 유튜버는 의료광고를 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고, 병원이 직접 유튜브를 운영하더라도 치료경험담은 금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의료인이 자기 채널에 직접 올린 영상이, 구독자가 21명뿐인 채널이어도 의료광고로 판단된 경우입니다.
서울의 한 한의원 원장 A씨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일간지와 자신의 유튜브 채널(구독자 21명)에 난치성 뇌질환 등을 "완치"시켰다는 사례를 소개하고, 한의학 치료가 서양의학보다 우월하다는 비교광고를 했습니다. A씨는 구독자가 21명뿐이라 사전심의 대상 매체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하면서 판결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의료법 제56조에서 금지하는 의료광고는 "광고행위 그 자체로써 유튜브 영상의 경우 구독자 수를 묻지 아니하는 점", 매체를 통해 광고행위를 한 이상 "구독자에게 한하여 송출가능한 것이 아니고, 검색 등을 통하여 얼마든지 구독자가 아닌 자도 영상을 볼 수 있는 점"을 종합했다는 것입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고정927, 2024. 8. 29. 선고. 이 판결은 두 달가량 지난 2024년 10월 21일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두 판결을 겹쳐 보면 구분이 보입니다. 사전심의를 받아야 하는지는 매체의 규모(플랫폼 전체 이용자 수)로 따지지만, 의료법이 금지하는 내용(완치 표현, 비교광고 등)은 구독자가 몇 명이든 광고 행위 자체에 적용됩니다. 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금지 표현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후기인 척
협찬이나 할인을 받고도 자발적인 후기인 것처럼 꾸미는 유형도 제재 대상이 됐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7월 서울 강남·서초의 3개 성형외과의원이 수술비 할인 등 대가를 받은 홍보모델에게 수술 후기를 쓰게 하면서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히지 않았다며 시정명령과 공표명령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공정위 보도자료는 위반 기간을 2018년부터 2026년 5월 29일 무렵까지로 적었고, 병원들이 후기를 모델별로 묶어 홈페이지에 광고하면서도 같은 사실을 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병원들은 홈페이지로 홍보모델을 모집해 서류심사, 개별 연락, 내원 상담을 거쳐 선발한 뒤 수술비 할인을 대가로 후기를 제공하는 광고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카카오톡으로 수술 전 상담부터 수술 후 1년간 매월 후기를 쓰고 올리도록 실시간으로 관리하면서, 글자 수를 정해주고 전후 사진을 포함하도록 의무를 부여했습니다.
뷰성형외과와 디에이성형외과는 모델에게 보증금 납부 의무까지 뒀습니다. 보도자료에 실린 카카오톡 대화 예시에는 보증금 50만 원을 현금으로 준비해 와야 하고, 자료 전달이 끝나면 돌려준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 사건은 의료법이 아니라 표시광고법(제3조 제1항 제2호, 기만적 표시·광고)을 적용한 것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문제가 된 것은 후기의 내용이 아니라, 광고라는 사실을 숨겼다는 점입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대가를 받고 쓴 후기에 그 사실이 빠져 있다면 실제로 수술을 받은 소비자가 쓴 글이라도 기만 광고에 해당함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정위는 의료법 위반이 의심되는 사실을 보건복지부와 공유했다고 밝혔고, 2026년 6월에는 성형외과의사회·대한의사협회와 간담회를 열어 법 준수를 당부했습니다. 의료법 제56조는 치료 효과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 치료경험담을 금지하고, 표시광고법은 대가를 받은 후기를 자발적 후기로 보이게 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후기를 둘러싼 규제가 두 갈래라는 뜻입니다.
광고가 사고가 됐을 때
앞의 사례들은 대부분 광고나 수수료가 법에 맞는지를 다퉜습니다. 2026년 10월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다뤄진 사건은 층위가 다릅니다. 강남의 한 치과(똑똑플란트치과)에서 2025년 12월 30일과 2026년 8월 3일, 8개월 사이 환자 두 명이 숨졌습니다. 증인으로 나온 손동국 대표원장은 두 번의 사망을 인정했습니다.
- 최근 3년간 119 출동 22회, 응급실 이송 13명
- 강남구 민원 176건
- 첫 사망사고 이전에 무면허 의료행위 수사의뢰 기록
- 4년간 근무한 의사 79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근무 기간 6개월 미만
이소희 의원은 두 번째 사망 3일 뒤 병원이 유튜브에 광고 촬영 영상을 올린 점을 짚으며, 사고 직후 안전 점검 대신 광고를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손 원장은 영상 게시가 잘못이었다며 사과했습니다. 이 의원은 수사 중에도 병원이 홍보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참고인으로 나온 대한치과의사협회는 가격을 크게 낮춘 광고가 심의를 받지 않은 불법 광고라며, 저수가 광고로 환자를 많이 모아 공장형 진료를 하다 생긴 사고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불법 광고의 처벌이 매우 느리고 약하다며, 협회에 자율징계권이 없다는 점도 호소했습니다.
이날 가장 오래 남는 장면은 유가족의 발언입니다. 유가족은 유튜브와 블로그를 보고 병원을 골랐는데, 병원이 제공한 정보는 긍정적인 내용뿐이었고 환자 안전에 관한 정보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1편에서 2005년 헌법재판소는 의료광고를 금지하는 것이 소비자의 의료정보에 대한 알 권리를 제약한다는 점을 위헌 이유 가운데 하나로 들었습니다. 그 문이 열린 지 20년이 넘은 자리에서, 유가족이 던진 질문은 그 알 권리 안에 무엇이 빠져 있느냐였습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기관 서비스 질 정보 제공을 강화할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했고, 의료광고 제도 개선 방안도 검토해 보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확인한 보도에서는 이 사망사고의 수사와 행정처분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광고와 사망의 인과관계도 수사와 재판으로 가려질 일이라 이 글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확인된 것은 국정감사라는 공개된 자리에서 광고, 환자 안전 정보, 처벌의 속도가 한 사건을 두고 함께 논의됐다는 사실입니다.
다음 호로 이어지는 것
이번 호의 사건들은 대부분 한 곳으로 이어집니다. 환자를 광고로 모으고 병원과 연결하는 플랫폼입니다. 강남언니는 유죄 판결을 받은 뒤에도 사업을 이어갔고, 2026년에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다시 국정감사 증인석에 올랐습니다.
마지막인 3편에서는 미용의료 플랫폼의 최근 규모와 구조, 2026년 국정감사가 지금까지 다룬 것과 남은 일정(종합감사), 그리고 이 분야 규제가 지금 어느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는지를 정리하며 시리즈를 마무리합니다.
확인되지 않은 부분
- 강남언니 항소심(2022노395) 이후 대법원 상고 여부는 확인한 보도와 판결문 검색에 나오지 않습니다. 1심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고단4253(2022. 1. 27. 선고)으로, 항소심 판결문의 원심 표시로 확인했습니다.
- 서울행정법원 2024구합74779 판결(2025. 5. 29.)은 1심이고, 원고가 항소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항소심 결과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1심 판결 내용은 판결문 원문(케이스노트)으로 확인했습니다.
- 구독자 21명 유튜브 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고정927, 2024. 8. 29. 선고)은 판결문 본문 열람이 제한돼, 판결문의 판시 일부(판례 검색 결과에 표시된 부분)와 언론 보도(벌금 100만 원, 구독자 수, 광고 내용)를 맞춰서 썼습니다. 항소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치과 사망사고의 수사·행정처분 결과는 이 글을 쓰는 시점에 확인한 보도에 나오지 않습니다. 국정감사 자리에서 나온 발언은 발언자별로 구분해 적었고, 광고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 이 시리즈의 소재를 모으는 과정에서 확인이 어려웠던 사건(일부 성형외과 형사사건, 관광객 브로커 사건 등)은 결론이 분명하지 않아 이번 호에서 다루지 않았습니다.
근거로 삼은 자료
- 의료법 제27조 제3항, 제56조, 제88조, 제89조(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원문, 시행 2026. 10. 2.)
-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도1763 판결(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원문)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고정1855 판결(2022. 5. 26.) — 판결문 원문(케이스노트) 확인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고단4253(2022. 1. 27.)·2022노395(2023. 7. 6.) — 강남언니 대표 사건. 항소심 판결문의 원심 표시(케이스노트)와 법률신문 보도로 확인했고, 두 판결문 본문은 열람이 제한돼 판시 문구는 보도에 실린 것을 따랐습니다
- 서울행정법원 2025. 5. 29. 선고 2024구합74779 판결 — 모발이식 SNS 광고 사건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고정927 판결(2024. 8. 29., 형사2단독 박소정 판사) — 구독자 21명 유튜브 사건. 판결문 판시 일부(케이스노트 검색 결과)와 2024. 10. 21. 보도(경향신문·SBS Biz·연합뉴스·데일리안)로 확인
-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후기인 척, 광고 아닌 척...성형외과 뒷광고 제재」(2026. 7. 10. 배포, 첨부 PDF 본문 확인)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2026. 10. 8. 국정감사 관련 보도(메디게이트뉴스 2026. 10. 9., 데일리팜 2026. 10. 12.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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