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1년 첫 의료법부터 2005년까지, 병원은 이름과 전화번호 정도만 광고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진료를 잘하는지"를 알리는 건 법으로 막혀 있었습니다.
- 이 벽을 깬 건 라식 수술 경력을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기소된 안과 의사였습니다. 그가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이 2005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이어졌고, 2007년 의료광고가 전면 허용됐습니다.
- 전면 허용 이후 국가가 사전심의로 다시 들어왔지만, 이것도 2015년 "사전검열"이라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받았습니다. 지금의 민간 자율심의 체계는 2018년에야 자리 잡았습니다.
병원 이름과 전화번호만 (1951~2005)
한국 최초의 의료법인 「국민의료법」은 1951년에 제정됐습니다. 이때부터 의료광고는 사실상 전면 금지였습니다. 학위·기능·약효·진료방법·경력에 관한 광고는 모두 막혀 있었고, 주무부장관이 허가한 전문과목 표시 정도만 가능했습니다.
1973년 개정으로 조금 풀리긴 했지만, 그 폭은 넓지 않았습니다. 보건사회부령으로 허용된 건 의료인의 성명·성별·면허종류, 병원 명칭·소재지·전화번호, 진료일·진료시간 같은 기본 정보뿐이었습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는 아예 쓸 수 없었고, 일간신문 광고도 월 1회로 제한됐습니다. "어디 있는 무슨 병원인지"는 알릴 수 있어도, "내가 뭘 잘하는지"는 2005년까지 법으로 막혀 있었던 셈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막았을까요. 당시의 논리는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였습니다. 의료는 정보 비대칭이 커서 광고가 합리적 선택을 왜곡할 수 있고, 자유전문직으로서 의료가 가진 윤리성·비영리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라식 수술 후기 하나가 깬 벽 (2005)
이 체계를 뒤흔든 건 서울의 한 안과 의사였습니다. 최모 씨는 2001년 7월부터 2002년 2월 사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진료 사진과 해외 연수 약력, 라식 수술 진료방법을 올렸다가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됐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2고단7576). 재판을 받던 중 그는 "기능·진료방법을 알리는 광고까지 금지하는 이 조항 자체가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습니다.
이 신청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갔고, 2005년 10월 27일 위헌 결정이 나왔습니다(헌재 2003헌가3, 재판관 3인의 반대의견이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객관적인 사실에 기인한 것으로서 의료기술이나 진료방법을 과장 없이 알려주는 광고라면 "의료행위에 관한 중요한 정보에 관한 것으로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에 도움을 주고 의료인들 간에 공정한 경쟁을 촉진"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런 광고까지 막은 조항은 의료인의 표현의 자유와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고 "소비자의 의료정보에 대한 알 권리를 제약"한다는 것이 위헌 이유였습니다. 32년 넘게 유지되던 "기본 정보만" 체계가 여기서 무너졌습니다.
전면 허용, 그리고 국가가 다시 들어오다 (2007)
정부는 2007년 4월 4일부터 의료광고를 전면 허용하도록 의료법을 바꿨습니다. 핵심은 광고 규제 방식을 포지티브(허용된 것만 가능)에서 네거티브(금지된 것 빼고 가능)로 뒤집은 것입니다. 동시에 복지부가 의료인단체에 위탁하는 사전심의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광고는 자유로워졌지만, 내보내기 전에 먼저 심사를 받아야 하는 구조가 된 겁니다.
광고가 자유로워지자 새로운 문제도 생겼습니다. 광고로 알리는 것과 환자를 끌어모아 병원에 연결해 주는 것의 경계가 흐려진 겁니다. 이 경계를 처음 정리한 것이 2012년 9월 13일 대법원 판결(2010도1763)입니다. 안과의원이 인터넷사이트 운영회사와 함께 회원 약 30만 명에게 의료광고 이메일을 보낸 사건에서, 대법원은 의료광고를 원칙적으로 환자 유인으로 보지 않으면서도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유인으로 볼 수 있다는 기준을 남겼습니다. 이 판결이 이후 어떤 사건들로 이어졌는지는 다음 호에서 다룹니다.
국가의 사전검열도 위헌 (2015)
이 체계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15년 12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이번엔 사전심의제도 자체를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헌재 2015헌바75). 복지부가 의료인단체에 위탁하는 방식이더라도, 복지부장관이 위탁을 언제든 철회할 수 있고 시행령으로 심의위원회 구성을 규제하며 보고의무·재정지원으로 개입할 수 있는 이상 "행정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운영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형식은 민간 위탁이었지만 실질은 국가 주도 사전검열이라는 판단입니다.
위헌 결정 직후 생긴 공백기의 효과는 숫자로 드러납니다. 데일리팜 보도에 따르면 지하철 제약·의료광고가 2015년 4,692건에서 2016년 7,454건으로 1.6배가량 늘었습니다(기사에는 집계 주체와 기준 시점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심의 공백기와 겹친 증가였습니다.
지금의 체계: 민간 자율심의 (2018~)
국회는 2018년 3월 27일 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번엔 국가가 아니라 민간이 사전심의를 맡는 방식입니다. 의사협회·치과의사협회·한의사협회로 구성된 자율심의기구가 2018년 9월 28일부터 실제로 심의를 시작했고, 이 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5년 위헌 결정의 핵심이 "복지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이었던 만큼, 이번 체계는 그 개입 소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됐습니다.
조문으로 보면 지금의 틀은 이렇습니다. 2018년 3월 27일 개정(법률 제15540호)은 의료인등이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신고한 자율심의기구의 심의를 받도록 했습니다. 자율심의기구가 될 수 있는 곳은 의사회·치과의사회·한의사회와, 일정 요건을 갖춘 소비자단체입니다. 현행 의료법 제89조(벌칙)에는 지금도 2015년 12월 23일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에 따라 2018년 3월 27일 개정이 이뤄졌다는 연혁 주석이 붙어 있습니다. 헌재 결정이 법 조문에 흔적으로 남아 있는 셈입니다.
이 체계 아래서도 규제는 계속 강화됐습니다. 의료법 제67조는 의료업 정지 처분을 갈음해 10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 상한은 2019년 8월 27일 개정 의료법(법률 제16555호, 2020년 2월 28일 시행)으로 5천만 원에서 10억 원으로 올랐습니다. 이어 2020년 2월 25일 개정된 시행령(대통령령 제30480호, 2월 28일 시행)이 과징금 산정 기준을 바꿔, 의협신문 보도에 따르면 1일 최대 과징금이 53만 7,500원에서 2,383만 6,000원으로 올랐습니다. 전 대한의사협회 회원법률자문변호사인 박행남 변호사(법무법인 부강 대표변호사)는 2021년 9월 의협신문 보도에서 "홈페이지나 SNS 의료광고 시 사소한 실수라도 업무정지 또는 그에 갈음한 과징금을 수억 원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누가 어디까지 광고를 할 수 있는지는 계속 다툼거리였습니다. 박행남 변호사는 2021년 8월 한 인터뷰에서 유튜브 광고에 대해 "비의료인 유튜버는 협찬 표시 유무와 상관없이 원칙적으로 의료광고를 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라서 의료광고를 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고, 병원이 직접 유튜브를 운영하더라도 "허위나 과장광고, 치료경험담을 올리는 행위는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음 호에서 다룰 사건·사고들 상당수가 바로 이 경계 — 어디까지가 광고고 어디서부터 유인·알선인지, 구독자 수가 적어도 의료광고로 보는지 — 를 두고 벌어진 일들입니다.
다음 호에서는 이 질문에 법원이 어떻게 답해 왔는지를 따라갑니다. 2012년 대법원 기준과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 판결, 구독자가 21명뿐인 유튜브도 의료광고로 본 판결, 후기 뒷광고 제재, 그리고 2026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다뤄진 치과 사망사고까지 이어집니다.
확인되지 않은 부분
- 판결문상 청구인 이름은 "최○미"로 마스킹돼 있어 이 글에서도 "최모 씨"로만 다룹니다.
- 1951년 국민의료법과 1973년 개정의 내용은 헌법재판소 2003헌가3 결정문이 소개한 연혁을 따랐습니다. 1951년·1973년 법령 조문 자체는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으로 직접 대조하지 못했습니다.
- 지하철 광고 건수(2015년 4,692건, 2016년 7,454건)는 데일리팜 기사 본문의 수치이며, 기사에 집계 주체와 기준 시점이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 과징금 상한 10억 원(의료법 제67조 제1항)은 현행 원문으로, 상향 시점(법률 제16555호, 2020년 2월 28일 시행)과 시행령 개정(대통령령 제30480호, 2020년 2월 25일 공포·2월 28일 시행)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 조회로 확인했습니다. 다만 1일 최대 과징금 53만 7,500원에서 2,383만 6,000원으로의 변경은 의협신문 보도(박행남 변호사 서술) 기준이고, 시행령 별표의 구간별 금액은 직접 대조하지 못했습니다.
근거로 삼은 자료
- 헌법재판소 2005. 10. 27. 선고 2003헌가3 결정, 의료법제69조등위헌제청 (casenote.kr 원문 확인)
- 헌법재판소 2015. 12. 23. 선고 2015헌바75 결정, 의료법 제56조 제1항 등 위헌소원 (casenote.kr 원문 확인)
- 법률 제8366호(2007.4.11. 전부개정) 부칙 — 제56조·제57조는 법률 제8203호 시행일인 2007.4.4.부터 적용 (law.go.kr 원문 확인)
- 의료법 제67조(과징금 처분) — 과징금 상한 10억원(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원문), 2019. 8. 27. 개정 법률 제16555호(2020. 2. 28. 시행)로 5천만원에서 상향, 2020. 2. 25. 개정 시행령(대통령령 제30480호) 별표의 산정 기준 변경
-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도1763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원문 확인)
- 의료법 제89조(벌칙) 말미 연혁 주석 — 2015. 12. 23. 헌재 위헌결정에 따른 2018. 3. 27. 개정(법률 제15540호),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원문 확인
- 의료법 제57조 제2항(자율심의기구: 의사회·치과의사회·한의사회,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등록한 소비자단체) —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원문 확인
- 데일리팜, 사전심의 폐기 후 지하철 제약·의료광고 1.6배 증가 보도(2015년 4,692건, 2016년 7,454건, 집계 주체는 기사에 없음)
- 의협신문, "의료광고 잘못 했다간 과징금 '억' 소리 난다"(2021. 9. 25.) — 박행남 변호사(법무법인 부강 대표변호사) 발언, 과징금 상향 관련 서술
- 남해신문, "의료광고 위반·처벌 사례 소개 책, 판례 중심 의료광고법 출간"(2021. 8. 20.) — 박행남 변호사 인터뷰 및 약력
![[의료광고 70년] ① 병원 이름과 전화번호만 광고할 수 있던 시절](/static/newsletter/2026-10-medical-ad-history-1-pre2005-to-2018/cover-v2.jpg)